1. 혼자 보는 시대는 끝났을까? – OTT 동시 시청 트렌드의 변화
한때 넷플릭스는 혼자 밤을 새워 몰아보는 사람들의 성지였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CJ ENM 산하 OTT 플랫폼 'TVING'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동시 접속 계정 수 증가율’이 연평균 18%를 넘었고, 특히 ‘가족 또는 연인 간 공동 시청 시간’이 꾸준히 늘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2023년 사용자 리서치에서 밝혔듯, 한국 사용자 중 ‘주 1회 이상 타인과 함께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65%를 넘어섰다. 단순히 계정을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라, 같은 공간 또는 원격으로 동시에 콘텐츠를 보는 행위 자체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사용자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전략 전반에 걸쳐 ‘동시 시청’을 고려해야 하는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 예전처럼 개인 맞춤형 취향만 강조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공유 가능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2. 함께 보는 콘텐츠는 따로 있다 – 동시 시청 인기 장르 분석
혼자 보는 콘텐츠와 함께 보는 콘텐츠는 분명히 다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혼자 볼 때는 드라마·다큐멘터리’, ‘함께 볼 때는 예능·영화·스포츠’라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왔다.
특히 재미있는 건, 동시 시청자들의 선호 장르가 ‘반응이 중요한 콘텐츠’로 몰리는 현상이다. 예컨대 tvN의 '환승연애',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들은 실시간 반응 공유, 웃음 포인트, 논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함께 볼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2023년 기준 넷플릭스 사용자 5,000명을 분석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같이 봐야 더 재밌다”고 느끼는 콘텐츠 유형 중 상위 3개가 예능(43%), 서바이벌 쇼(27%), 범죄 실화(19%)였다. 반면 혼자 볼 때는 힐링계 드라마나 느린 템포의 다큐가 선호됐다.
이런 패턴은 ‘1인 콘텐츠’의 몰락을 뜻하는 게 아니다. 소비 방식이 ‘혼자-같이’를 유동적으로 넘나들며 선택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동시 시청은 단순 시청 시간 증가가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반응성’과 ‘공유 욕구’까지 유도한다는 점에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표다.
3.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보면, 시청이 아니라 ‘참여’다
요즘 콘텐츠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보고 난 뒤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사용자 경험이 된다. 특히 2023년부터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살인자ㅇ난감’을 시청한 사용자들의 경우, 에피소드 방영 당일 기준 트위터·인스타그램·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 반응량이 시청자 수의 27%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콘텐츠를 둘러싼 감정 공유와 커뮤니티 중심 참여 행동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TVING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2024년부터 ‘함께보기 채팅룸’ 베타 서비스를 도입했고, 왓챠 역시 댓글 기반 감상노트 기능을 통해 실시간 반응 공유를 유도하고 있다. OTT가 더 이상 ‘시청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참여하고 해석하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데이터는 단순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케팅 기획자는 ‘혼자 보는 콘텐츠’와 ‘같이 보는 콘텐츠’의 메시지 설계를 다르게 해야 하며, 크리에이터는 감정적 반응과 반향을 끌어낼 장면을 의도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4. 콘텐츠 제작자와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실행 전략
이제 OTT 플랫폼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청 방식의 변화에 맞춘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콘텐츠 제작자와 마케터 모두 아래의 세 가지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반응 유도형 콘텐츠 구간 삽입
한 편당 최소 2~3개의 ‘와우 포인트’를 기획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반전, 화제성 대사, 강한 감정 장면 등은 함께 보는 사람 간의 ‘리액션’을 유도해 기억을 증폭시킨다. - 시청 후 공유 경로 확보
콘텐츠 자체보다, 시청 후 사용자들이 어떤 커뮤니티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까지 설계하자. 특히 트위터,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기반 공유는 ‘반응형 시청’을 대중화시키는 데 핵심이다. - 시간대 기반 추천 알고리즘 활용
혼자 보는 시간과 같이 보는 시간은 다르다. 예를 들어 평일 밤 11시엔 1인 콘텐츠가, 주말 저녁 7시에는 동시 시청 콘텐츠가 더 많이 소비된다. 플랫폼이나 마케팅 알고리즘에서 시간 기반 차별화를 넣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이제 OTT는 더 이상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보는 것’을 넘어서 ‘함께 반응하고 해석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데이터 이상이며, 콘텐츠 산업의 다음 전략적 기회를 예고한다.
OTT 생태계 안에서 ‘동시 시청’이라는 새로운 연결 방식이 커지고 있다는 이 흐름에 주목하는 사람만이, 다음 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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