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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복지 실험기

지방청년 이주정착금 수령 후기: 서울 떠나 전남 해남에 정착한 1년차의 기록

1. 청년의 지방 이주, 생각보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서울을 떠난다고?”
처음 이주정착금 제도를 검색했을 때, 주변 반응은 다들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임대료 부담, 불안정한 일자리, 경쟁 중심의 도시 생활에 지친 내게 지방은 오히려 ‘기회’였다. 특히 ‘청년이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구체적인 실행에 나섰다.

2024년부터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전입한 청년에게 ‘1인당 최대 1,000만 원’의 정착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조건은 간단하지는 않지만 명확했다. ▲만 19~39세 청년, ▲1년 이상 주민등록 유지,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면 된다. 다만 중요한 건 단순한 전입이 아니라, 실제 거주 및 경제활동 의지가 뚜렷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서울 관악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전라남도 해남군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실제 거주를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월세 55만 원(서울 반지하 원룸) 대신, 해남의 투룸 신축 전세 3천만 원을 구할 수 있었고, 주변 생활비는 서울의 60% 수준이었다.

지방청년 이주정착금 수령 후기: 서울 떠나 전남 해남에 정착한 1년차의 기록


2. 정착금 수령 절차: 예상보다 깐깐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았다

이주정착금은 ‘누구나 자동으로 받는 돈’은 아니다. 해남군청에서 정식으로 사업 공고를 확인하고 신청해야 했으며, 전입 후 3개월 이내에 신청서와 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내가 제출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 이주신청서 및 정착 계획서
  • 주민등록등본
  • 전입 확인서(임대차계약서 포함)
  • 근로 또는 창업 관련 증빙서류
  • 본인 명의 통장 사본

특히 ‘정착 계획서’는 단순히 이사 이유만 적는 게 아니라, 어떤 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지역사회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했다. 나는 프리랜서 업무를 계속 유지하면서 지역 아동센터에서 콘텐츠 수업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작성했고, 주민센터에서 1차 상담을 통해 적절성 피드백도 받았다.

심사를 통과하고 첫 지원금은 전입 3개월 후 500만 원 지급, 1년 후 추가로 500만 원이 들어왔다. 단, 중도에 이탈하거나 주소지를 이전할 경우 환수 조건이 있으므로, 일정 기간은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3. 수령 후 실제 생활비 변화: 정착금이 만든 ‘심리적 여유’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생활비 구조였다. 아래는 서울 생활 당시와 해남 생활 1년차의 주요 지출 비교표다.

구분                                서울(월평균)              해남(월평균)              비고
주거비 55만 원 0원 (전세) 정착금 일부로 전세보증금 충당
식비 35만 원 20만 원 재래시장 위주 구매
교통비 8만 원 2만 원 도보 생활 중심
통신/공과금 12만 원 10만 원 큰 차이 없음
합계 110만 원 32만 원 월 78만 원 절감
 

정착금은 단지 ‘지원금’ 그 자체보다도, 생활비를 낮추고 고정비 걱정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덕분에 프리랜서 수입이 줄어도, 월세 걱정 없이 지역 적응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실제로 지역 청년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4. 정착금은 단기 현금보다 ‘기회의 시간’을 벌어주는 제도다

청년 이주정착금은 단순히 ‘돈만 받고 나가면 끝’이 아니다. 지역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주 후 최소 1년 이상은 거주해야 잔여 금액 수령이 가능하고, 지자체 담당자들도 이를 예의주시한다.

해남군의 경우, 청년 창업공간 무상임대, 청년 마을활동가 모집, 청년몰 입점 지원 같은 추가 프로그램이 많아서 ‘나 혼자 버티는 느낌’보다는 지역과 연계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또 다른 이주 청년은 정착금으로 컴퓨터 장비를 사고 영상 편집 일로 프리랜서 수입을 내기 시작했고, 일부는 지역 농산물 브랜드 SNS 홍보 아르바이트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마무리: 서울이 아니어도 살아갈 방법은 있다

정착금 1천만 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하지만 월세가 없는 삶, 지출이 단순한 삶, 관계가 따뜻한 삶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단순 금액 이상이다.

청년 이주정착금은 여전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정책이지만, 제도 자체가 복잡하지 않으며 실제 수령자들이 만족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