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고 거래 플랫폼의 진짜 경쟁력은 ‘시간 점유율’에 있다
중고거래 앱을 쓴다는 건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걸 넘어서 ‘내 생활 일부가 그 플랫폼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와도 같다. 요즘엔 친구와 점심 먹다 갑자기 "야, 이거 당근에서 팔아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MZ세대가 중고 앱을 ‘소비 채널’이 아닌 ‘생활 습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플랫폼 간의 경쟁은 점점 더 ‘이용 시간’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4년 하반기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WiseApp)의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 평균 앱 체류 시간은 약 230분, 반면 번개장터는 125분 수준이었다. 겉보기엔 둘 다 인기 있는 중고 플랫폼이지만, 체류 시간의 격차는 곧 사용자 충성도와 콘텐츠 소비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신호다.
당근은 동네 기반의 느슨한 연결과 커뮤니티성 콘텐츠가 많아 ‘앱을 켜는 이유’가 다양하다. 반면 번개장터는 특정 물건을 찾을 때만 사용하는 경향이 커, ‘목적성 소비’에 가까운 구조다. 이 차이는 사용자 경험 전반과 플랫폼 수익 모델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2. 당근마켓 vs 번개장터, 무엇이 사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나
실제로 두 앱을 써본 사용자라면 그 느낌이 꽤 다르다는 걸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물건 거래를 넘어선 소소한 연결’이 잦다. 예를 들어 “반려견 산책 친구 구해요” 같은 게시글이나, “중고거래하다 친해진 이웃이 반찬도 나눠줬어요” 같은 후기가 앱 안에 자연스럽게 쌓인다. 이건 단순한 거래 앱이 아니라 ‘로컬 기반 커뮤니티 앱’에 가까운 UX 설계 덕분이다.
반면 번개장터는 검색과 카테고리 중심의 구조로, 주로 게임기, 한정판 신발, 중고 IT 기기 같은 고가 제품을 ‘목표를 갖고’ 찾는 사용자에게 특화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앱 내에서 오래 머물 이유는 적고, 거래가 끝나면 앱을 꺼버리는 사용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한 UI/UX 기획자는 “당근은 동네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주는 ‘소셜 콘텐츠’가 핵심 기능처럼 녹아 있고, 번개장터는 가격 비교와 검색의 정확도가 더 중요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장기적 사용자 확보와 커뮤니티 강화 측면에서는 당근이 유리, 반대로 1회성 고가 거래에서는 번개가 더 매력적인 구조인 셈이다.
3. 반복 이용률과 앱 삭제율: 진짜 충성도는 어디서 나오는가
많은 이들이 ‘설치 수’만을 보고 플랫폼의 인기를 판단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삭제하지 않고 다시 들어가는가’다. 2024년 모바일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3개월 내 재방문율은 약 74%, 반면 번개장터는 약 48% 수준이었다. 사용자들이 당근을 일상적으로 다시 열어보는 이유는 단순히 사고파는 행위 때문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 씨(34)는 “당근은 가끔 아무것도 안 사고도 그냥 동네 게시판 보는 느낌으로 열어봐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앱이라 오래 두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반면 번개장터는 필요한 제품이 있을 때만 찾기 때문에, 거래 후에는 앱을 삭제하거나 알림을 끄는 사용자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 차이는 장기적 수익성에도 연결된다. 충성 사용자 비율이 높은 플랫폼은 광고 노출 효율이 높고, 브랜드 협업이나 로컬 마케팅 연계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단기 수수료보다 장기 체류 사용자 확보가 훨씬 가치 있는 지표가 되는 이유다.
4. 창업자와 마케터가 주목할 인사이트: 사용자 체류 시간 기반의 전략 수립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만들려는 사람, 혹은 이 생태계를 활용하려는 마케터에게 중요한 시사점은 이거다: 단순히 유입을 늘리는 것보다 ‘왜 다시 앱을 켜게 만들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형 가전이나 디지털 기기를 파는 판매자라면 번개장터에서 노출 전략을 세우는 게 유리하다. 검색과 필터 기능이 정교해서 구매 목적이 뚜렷한 고객에게 빠르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브랜드를 지역 기반으로 키우고 싶은 소상공인이나 마을 기업이라면 당근마켓이 훨씬 효과적이다. ‘동네 홍보’ 기능을 잘 활용하면 별도의 광고 없이도 입소문이 퍼진다.
또한, 중고 플랫폼에서 단순 거래를 넘은 ‘경험적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업들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지역 아이템으로 퀴즈형 콘텐츠를 넣거나, 거래 경험을 스토리화해서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하면 사용자들은 앱을 습관적으로 열게 된다. 이게 바로 ‘가치 있는 체류’로 연결되는 구조다.
마무리: ‘누가 더 오래 쓰는가’가 플랫폼의 미래를 결정한다
중고 플랫폼 시장은 단순히 “어디가 더 싸게 팔리냐”를 넘어서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에서 더 자주, 오래, 자연스럽게 머무르느냐”다. 당근마켓은 일상 속 커뮤니티 중심의 플랫폼으로서의 위치를, 번개장터는 특정 목적 중심의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명확한 색을 가지며 각자의 영역을 다져가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을 분석하고 활용하려는 사람이라면 단지 ‘사용자 수’가 아닌 ‘사용자 체류 시간’과 ‘재방문 이유’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 데이터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플랫폼의 생존을 좌우하는 진짜 ‘숨은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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